인천송도
더율한의원
엄지 아래 손목이 아픈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닙니다. 어떤 구조가 문제인지, 무엇이 그 구조에 부담을 쌓았는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손목 엄지쪽이 아파서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관절이 아니라 힘줄집이 문제입니다. 엄지를 바깥으로 벌리고 젖히는 두 개의 힘줄이 손목 바깥쪽 뼈 돌기 위를 지나가는데, 그 힘줄이 지나는 터널의 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면 힘줄이 매끄럽게 미끄러지지 못하고 걸립니다. 이 상태를 손목 건초염, 의학적으로는 드퀘르뱅 건초염(De Quervain)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때는 멀쩡하다가 엄지를 쓰는 순간 통증이 튀어나옵니다. 아기를 안아 올릴 때, 프라이팬을 한 손으로 들 때, 이불을 짜거나 병뚜껑을 돌릴 때처럼 엄지에 힘이 실리는 동작에서 손목 바깥쪽이 찌릿하게 아프고, 심하면 엄지 위쪽부터 팔뚝 방향으로 통증이 번져 올라갑니다.
원인을 한 가지로 못 박기는 어렵습니다. 반복 사용이 방아쇠가 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부종, 수면 부족, 손목 주변 조직의 회복력 저하가 겹쳐 있는 경우도 흔합니다. 같은 육아를 해도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근비(筋痺)·완비(腕痺)의 범주로 봅니다. 힘줄과 그 주변을 흐르는 기혈이 정체되어 국소적으로 아프고 뻣뻣해진 상태로 이해하고, 무엇이 그 흐름을 막고 있는지에 따라 치료 방향을 나눕니다.
※ 손목 엄지쪽 통증이 모두 건초염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구분부터 확인해 보세요.
엄지 아래, 손목 바깥쪽 뼈 돌기 부위가 아픕니다. 엄지를 손바닥 안으로 접어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으면 통증이 확 늘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통증보다 저림이 주 증상입니다. 엄지·검지·중지가 밤에 저려 잠을 깨고, 손을 털면 잠시 나아집니다. 감각이 둔해지거나 엄지 두덩 근육이 빠지기도 합니다.
손목 새끼손가락 쪽이 아픕니다. 문 손잡이를 돌리거나 바닥을 짚고 일어날 때, 걸레를 비틀 때 통증이 생깁니다.
손가락 밑동에서 걸렸다가 툭 튕기는 느낌이 납니다. 아침에 손가락이 굽은 채 잘 펴지지 않고, 손바닥 쪽 마디에서 멍울이 만져지기도 합니다.
엄지 뿌리 관절 자체가 닳아서 아픕니다. 병뚜껑을 돌리거나 열쇠를 돌릴 때 아프고, 오래되면 관절 모양이 도드라지며 변형되기도 합니다.
넘어지거나 부딪힌 사건이 분명히 있고 그 직후부터 아픕니다. 붓기와 멍이 동반되며 이 경우에는 영상 검사가 먼저입니다.
아기 머리를 받쳐 안아 올리기, 걸레·행주 짜기, 미용·조리·미싱 작업, 마우스 클릭과 스마트폰 한 손 조작이 대표적입니다. 하나하나는 가벼워도 하루 수백 번 반복되면 힘줄집은 계속 마찰을 받습니다.
출산 후 손목 통증이 유독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호르몬 변화로 조직에 수분이 늘어 통로가 더 좁아지고, 여기에 하루 종일 아기를 안는 동작과 절대적인 수면 부족이 겹칩니다. 흔히 산후풍의 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평소 안 하던 대청소, 이사, 김장, 새로 시작한 운동이나 악기처럼 양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이 있는지 되짚어 보면 원인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목이 젖혀진 상태로 키보드를 치거나, 옆으로 누워 손목을 접고 자거나, 무거운 가방을 엄지에 걸고 오래 드는 습관은 쉬는 동안에도 힘줄집에 부담을 남깁니다.
조직은 부하 자체보다 회복 시간의 부족에 더 약합니다. 아프기 시작한 뒤에도 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염증이 가라앉지 못하고 힘줄집이 점점 두꺼워집니다.
갱년기 전후의 호르몬 변화,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 류마티스 질환이 있으면 같은 부하에도 힘줄 문제가 잘 생기고 오래갑니다. 손목만 봐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경우입니다.
특정 동작에서 콕 찌르듯 아프고 아픈 자리가 분명합니다. 눌렀을 때 아픈 점이 좁게 잡히고, 오래 쓴 날 저녁에 더 심해집니다. 과사용이 뚜렷한 분들에게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치법 · 활혈화어(活血化瘀) · 서근통락(舒筋通絡)손목이 시리고 묵직하며 찬물에 손을 담그거나 날이 궂으면 확실히 더 아픕니다. 아침에 뻣뻣함이 두드러지고 따뜻하게 하면 편해집니다. 산후·냉증이 있는 분들에게 자주 보입니다.
치법 · 온경산한(溫經散寒) · 거습통락(祛濕通絡)손목 바깥쪽이 도톰하게 부어오르고 만지면 미열감이 느껴집니다. 초기 급성기이거나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난 직후에 나타나며, 밤에 욱신거려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치법 · 청열이습(淸熱利濕) · 소종지통(消腫止痛)통증은 심하지 않은데 오래 끌고, 조금만 써도 금방 도집니다. 손목 외에 무릎·허리도 함께 약하다고 느끼며 피로가 잘 안 풀립니다. 갱년기 전후나 산후 회복이 더딘 분들에게 해당합니다.
치법 · 보익간신(補益肝腎) · 양혈유근(養血柔筋)해당하는 항목이 있다면 골절, 염증성 관절질환, 신경 압박 등을 먼저 감별해야 합니다. 한방 치료는 그 감별이 끝난 뒤에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