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식사 | 20년째 지키는 한 가지 원칙

배가 안 고픈데 왜 드시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대답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배고플 때만 먹기와 1:1 법칙을 정리했습니다.

권영주 대표원장

의료 감수권영주대표원장 · 한방내과 전문의

“배가 안 고픈데 왜 드셨어요?” 송도에서 진료하면서 제가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시는 분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잠깐 생각하시다가 “어… 그러게요” 하십니다. 오늘은 제가 20년째 지키고 있는 한 가지, 배고플 때만 먹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천송도 더율한의원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 3가지 - 배가 안 고픈데 먹는 이유
배가 안 고픈데 드시는 이유, 대개 이 셋 중 하나입니다

배가 안 고픈데 왜 드시나요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하면 답이 신기할 만큼 비슷합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나중에 배가 고플까 봐 미리 먹어요.” 아직 오지도 않은 배고픔을 미리 막으려고 드십니다.

둘째, “야식을 먹을 것 같아서, 배가 안 고픈데 억지로 먹어요.” 저녁을 안 먹으면 밤에 무너질 것 같으니 예방 차원에서 드시는 겁니다.

셋째, “아침에 입맛이 하나도 없는데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먹고 있어요.” 몸은 싫다는데 머리가 먹으라고 시킵니다.

세 가지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전부 배고픔이 아니라 생각 때문에 먹는 것입니다. 몸이 신호를 보낸 게 아니라, 머릿속 계산이 시킨 식사입니다.

배고픔은 몸이 “이제 에너지가 필요해요” 하고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가 없는데 먹는다는 건, 필요 없다는데 계속 채워 넣는다는 뜻입니다. 채워 넣은 건 어디로 갈까요. 쓸 데가 없으니 저장됩니다.

배고픔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배고프다”는 말은 사람마다 뜻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서 눈금을 하나 그려드립니다. 0부터 10까지, 지금 내 배가 몇 레벨인지 보는 눈금입니다.

인천송도 더율한의원 포만감 레벨 0에서 10까지 눈금 - 배고픔과 포만감 구분하기
지금 내 배는 몇 레벨인가요

0은 쓰러질 것 같은 상태, 10은 더 이상 못 먹겠는 상태입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구간은 그 사이입니다.

먹기 좋은 때는 3 근처입니다. 배에서 신호가 오고, 음식 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0까지 떨어뜨리시면 안 됩니다. 너무 굶주린 상태에서는 뭘 먹어도 브레이크가 안 걸립니다.

수저를 놓아야 할 때는 8 근처입니다. “조금 더 먹을 수 있는데 안 먹어도 되겠다” 싶은 지점입니다. 저는 이걸 위장의 80%라고 말씀드립니다. 배가 부르다고 느껴질 땐 이미 늦었습니다. 뇌가 포만감을 알아차리는 데 20분쯤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 20분 동안 우리는 계속 먹습니다.

식사를 천천히 하시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차의 문제입니다. 20분보다 빨리 드시면, 몸이 “그만”이라고 말할 기회를 못 얻습니다.

먹은 만큼, 쓸 시간을 주세요

제가 가장 자주 쓰는 표현이 1:1 법칙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인천송도 더율한의원 1대1 법칙 - 채운 시간과 쓰는 시간의 균형
채웠으면, 쓸 시간을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음식을 먹어 몸이 에너지를 채웠으면(+), 그 음식이 에너지로 쓰일 시간(−)을 주자는 것입니다. 저울의 양쪽 접시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채우기만 하고 쓸 시간을 안 주면 저울은 계속 한쪽으로 기웁니다.

그래서 저는 식사 간격을 중요하게 봅니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부터 언제까지 안 먹느냐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간식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양이 적어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쓸 시간을 계속 끊어버립니다.

이 원칙을 지키시면 자연스럽게 식사 간격이 벌어집니다. 배고플 때까지 기다리게 되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시계를 보고 억지로 굴는 게 아니라, 배가 고파질 때까지 기다리면 간격은 알아서 생깁니다.

아침에 입맛이 없으면 안 드셔도 됩니다

이 말씀을 드리면 놀라시는 분이 많습니다.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침에 입맛이 없다는 건 몸이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뜻입니다. 전날 저녁이 늦었거나 양이 많았으면, 아침까지도 몸은 여전히 처리 중입니다. 거기에 또 밀어 넣으면 1:1 법칙이 깨집니다.

저는 이런 분들께 기상 후 2~3시간은 차나 커피, 혹은 한약 정도로 지내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그때 드시면 됩니다. 억지로 시간표에 맞추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혈당 조절 약을 드시거나, 임신 중이거나, 성장기 청소년인 경우에는 식사를 거르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먹고 한두 시간 만에 또 배가 고프다면

분명히 먹었는데 한두 시간 뒤에 또 배가 고픈 분들이 계십니다. 이건 의지가 약한 게 아닙니다. 몸에서 보내는 다른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을 드시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고, 몸은 그건 내리려고 인슐린을 왕창 냅니다. 그러면 혈당이 필요 이상으로 떨어집니다. 그때 몸은 다시 “배고파”라고 외칩니다. 실제로는 에너지가 남아도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배고픔은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건 습관 문제가 아니라 몸의 처리 방식이 어긋난 것이라, 먴는 순서와 종류를 조정하거나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제가 20년 넘게 제 몸으로 확인한 것 중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잘 듣는 게 이겁니다. 배고플 때만 먹는 것. 특별한 식단표도, 계산기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고픔이 아니라 시간표와 분위기와 스트레스로 먹는 데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저도 스트레스가 몰아치는 시기에는 배가 안 고픈데 뭔가를 집어 듭니다.

그래서 처음엔 눈금부터 보시면 됩니다. 수저를 들기 전에 딱 한 번, “지금 내 배는 몇 레벨이지?” 하고 물어보시는 겅니다. 3이 안 되면 조금 더 기다려보시고, 8이 되면 수저를 내려놓으시면 됩니다. 그 한 가지만 두 주쯤 해보셔도 몸이 달라진 걸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혼자서 이 감각을 되찾기가 어려우신 분들도 계십니다. 오래 굶는 다이어트를 반복하셨거나, 폭식과 절식을 오가셨던 분들은 배고픔 신호 자체가 흐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도움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게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식사를 거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지병이 있으시거나 약을 복용 중이신 경우에는 진료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랐니다.

의료 감수 · 권영주 대표원장 (한방내과 전문의)

권영주 대표원장

권영주 대표원장 · 한방내과 전문의

30년째 제 다이어트에 진심이고, 20년째 환자분들 다이어트에 진쉬인 한의사언니입니다. 스무 살에 생애 처음 53kg을 넘었고, 그다음엔 굴는 다이어트로 몸을 학대했습니다. 인턴 시절에는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버티며 등살과 뱃살이 미워 보였던 시기를 지났습니다.

그 치열했던 시행착오 덕분에 지금은 오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서 어긋났는지가 보입니다. 개원하면서 원내탕전을 결심했고, 제가 처방하는 다이어트 한약을 10년째 직접 먹고 있습니다. 제가 안 먹어본 약은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예쁜 몸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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